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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산로(博山爐)

  • 조회수 106
  • 작성자 박물관
  • 작성일 23.02.03




박산로(博山爐)

철기시대 추정, 높이 10.8cm


 박산로는 향을 피우는 작은 화로인 향로의 일종으로 박산향로(博山香爐)로 불리기도 합니다

중국 한나라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으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박산로가 낙랑 고분인 석암리 9호 고분에서 출토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 박산로는 후일 삼국시대 백제 최고의 예술품으로 불리는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의 먼 조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한나라 때는 신비주의에 흠뻑 빠져있던 시대입니다. 누군가는 불로장생을, 혹은 먼 산 너머 산다는 신기한 동물이나 다양한 풀과 나무를 떠올렸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신선과 선녀와 같은 상상 속의 이야기가 꽃피운 시대이기도 하지요. 어느 때나 인간의 상상력은 꽃피우지만 이땐 또 특별합니다

아직, 인간과 세계에 대한 지식, 생각이 여물지 않았을 때라 알지 못하는 것은 모두 신비한 것이었지요.

 향로는 그 상상력 충만한 사람들의 곁을 늘 같이하던 물건입니다.

박산로라고 불리는 이 향로의 생김새는 기본적으로 바다를 상징하는 바닥, 그 위에 거북, 큰 새가 순서대로 몸통인 큰 산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차츰 향로가 유행하고, 놀리 퍼져가면서 모양은 단순해집니다. 거북과 새가 사라지고 매끈한 기둥이 산을 들어올린 모습으로 바뀌어가지요.

산이 주인공이니까 새와 거북이 없어도 박산로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럼 왜 이런 모습을 가지게 되었느냐?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산은 있지만 거북과 새가 떠받쳐주는 산은 현실에서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향로에 표현된 산은 가상의 공간으로, 당시 중국 사람들이 가고 싶어했던 이상향이란 말이지요

산으로 표현된 향로의 몸통은 군데군데 구멍이 있습니다

이제 막 향을 피우는 것을 즐겨하던 한나라 사람들은 향로에서 새어나오는 향냄새에 몸을 맡기며 눈을 감으면, 거칠고, 언제 뒤집어질지 모르는 현실을 잊었을 것입니다.

 바다 한가운데 있다는 매우 신비한 섬, 기이한 동식물과 신선이 사는 곳, 그곳에 가면 현실을 잊고 불로장생할 것같은 기분이 들겠지요

어쩌면 이 박산로도 진짜 낙원을 찾아 바다를 건넌 것일지도 모릅니다. 박인호(박물관 연구원